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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윤달세 선생님의 400년의 긴길 재번역

백강 문정사랑 2022. 3. 9. 09:49
오랜 전 한국에서 출판하겠다고 우리 부부와
저자인 윤달세 선생님과 약속했던 책입니다.
이 책은 임진왜란으로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노예로 첩으로 억척같이 살아 일본 사회에
영향을 미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재일동포 2세인 윤달세 선생님과의 우연한 만남은
한일부부인 가정문제부터 복잡한 역사까지 망라한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일본인 아내의 집안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출병한
무사집안으로, 특히 아와번은 고창과 영광을 침략한
하치스카 이에마사가 번주였습니다.
십여년 전, 어느 날 장인께서 갑자기 처가 가족묘에
조선에서 끌려온 2명의 조선인 묘가 있다고 하고,
제게 돌불상으로 만들어진 묘를 보여 주셨습니다. 
 
아내와 전 충격을 받았고, 그렇다면 다른 일본지역도
끌려온 조선인들의 흔적이 있을거라 생각해 책을
구입했는데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다행이도 뒤에 연락처가 있어 윤달세 선생님과
통화가 되어 처가집에도 조선인 이야기가 있다는 말씀을 드렸고,
선생은 고베에서 처가로 오셔서 직접 확인하셨습니다.
그날은 못뵙고 그 해 여름 일본을 방문해 고베에서
선생님을 뵙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처가 인근에 있는 위 책의
첫번째 조선여인의 묘를 찾아 인사를 드렸습니다.
다시 선생님을 만나서는 위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고려 불화를 봤습니다.
아마 한국인으로는 제가 처음이었고, 물론 당시
일본에서도 문화재적 가치로 난리가 난 불화였죠. 
 
그 불화의 뒤에는 소장처가 한국의 사찰이름이
있었고, 지금은 폐사된 곳이었습니다.
이 책의 처음과 끝, 물론 중간의 이야기가 담긴 곳도
방문했지만 우연이도 그렇게 우리에게 왔습니다. 
 
한국에서 이 책을 번역하고자 여러 출판사에서
의뢰가 왔지만 선생님은 거절하셨고, 아내에게
번역과 출판을 부탁해 오셨습니다.
왜 그러셨는지 아직도 우리 부부는 모릅니다. 
 
몇 해 전 한국 출판사와 계약을 했고, 인쇄 직전까지
갔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책은 나오지 못했습니다.
몇 년 후 선생님은 책을 못보시고 돌아가셨습니다. 
 
몇 달 전 아내는 몇년 전 번역했던 책을 다시 꺼내
재수정번역해서 드디어 작업을 마쳤습니다.
출판은 삼성출판박물관의 김종규관장님의 도움으로
출판사를 소개받아 편집이 들어갔습니다. 
 
끝내 한국어판을 못보시고 돌아가신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이 있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의
두 가족들이 연락을 할 수 있는 끈이 되었습니다.
선생의 큰 따님과 한국의 조카가 이 일로 더욱더 소통하는 계기가 되어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하늘에서 보고 계실 윤달세 선생님과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다행히 선생님이 살아 계실 때 어려운 일본 중세어와
지방방언 및 토속어 등을 전화로 주고 받으며 노력한
덕분에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20년 노력의 일부만 이 책에 담겨 있고,
2권은 동경 중심의 관동의 조선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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