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저녁산책과 우리 꿈과 희망
늘 그랬지만 서울에 있을 때보다 더욱 씩씩하고 자신감이 많아진 우리 문정이를 볼 때마다 시골에 오기를 정말로 잘했다고 생각을 한다.
문정이가 늘 웃는 모습에서 난 가장 기쁘고 삶의 희열을 느낀다.
그러나 가끔은 이 아이가 살아야할 세상이 그리 밝고 희망차지 않아서 미안할 뿐이다.
언어나 공부에 있어서 특히 언어에 있어 시골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리 문정이지만, 앞으로 무엇을 이 아이에게 줄 것인가를 놓고 볼때는 많은 고민들이 있기 마련이다.
희망을 주고 싶은데, 우리 문정이가 엄마아빠의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가질 지는 모르겠다.
난 워낙에 촌놈이라 시골의 정경이 좋다.
그런다고 뜨거운 햇살에 일을 하는 것은 싫다.
단지 정경이 좋을 뿐이다.
시골의 여름은 참 인내가 하기가 여간 아니다.
도시처럼 어딜가나 에어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 문정이가 작렬하는 태양 아래 여름의 뜨거움도, 가을의 선선함도, 겨울의 추위도, 봄의 생동감과 신선함도 모두 느끼는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논밭의 곡식들이 싹을 튀워 꽃을 맺고 열매를 맺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요즘 아이들과 8시만 되면 자건거를 타고 흥덕면 소재지를 벗어나 개구리 소리와 풀벌레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시원스런 녹색의 논을 바라본다.
하긴 이렇게 저녁 TV를 박차고 나오는 시골 가정은 없다.
아직까지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는 가정은 본 적이 없다.
가만 생각하면 내가 너무 할량없이 자유로운 인간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저녁 피곤해 죽겠는데, 너처럼 한가하냐고 하면 당연히 미안해요. 라고 하겠지.
그래도 이 저녁시간은 참 아름다운 시간이다. 아이들은 자건거를 타고 씽씽 달린다.
저녁이라 차들로 조금은 무섭지만 거의 차량 통행이 없는 시골길로 다닌다.
아이들은 소리도 치고, 나는 길가의 주인이 지키지 않은 복분자밭에서 몇 알의 복분자를 주인 몰래 따먹고 맛을 음미해본다.
고창은 유난히 복분자가 많이 재배된다. 그리고 길가에는 오디가 열린 뽕나무들도 많다.
검게 익은 오디를 하나씩 우리 막내 승기와 따 먹는다.
논길에는 차가 없다.
이 시간 만큼은 아이들의 세상이다.
한기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다.
이 아이는 밤의 시간을 즐긴다. 우리 문정이는 더욱 밤을 좋아한다.
밤 하늘에 있는 별을 세면서 ....
시골길을 자건거 타고 마구 달리다 보면 아이들의 얼굴에는 금새 수많은 하루살이들이 달려든다.
그래도 즐겁다.
엄마는 하루살이를 잘 모른다. 하루살이를 보고 모기라고 한다.
일본에서 본 적이 없다나....
문정이와 한기는 죽어라 웃는다. 하루살이도 모른다고......
하루살이를 보며 우리 인간의 삶을 돌아본다.
문정아
이 하루살이는 얼마나 살까?
하루요.
그렇지 그 하루가 인생의 전부란다. 우리가 잠깐 자전거를 타고 도는 그 시간 이 하루살이는 죽음을 준비하지.
우리가 보면 그들의 삶이 너무 짧지만 하루살이는 하루살이의 삶이 짧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우리 인간들도 수백년을 살아온 노송이 보면 하루살이인지도 모른다.
문정아!
나는 잘 모르겠다. 어떠한 삶을 너에게 주어야 할지.....
인생은 네가 판단을 해야겠지.
지금의 네 부모와 같이....
무엇이 너에게 가장 큰 행복을 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