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이야기 (我が家の話)

“우리 사랑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세요” (雑誌記事)

백강 문정사랑 2009. 5. 7. 14:48


 

 2008.05.06


  

“우리 사랑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세요”  

  ”愛、そのままの姿で見つめてください”

  

 요즘 결혼하는 부부 가운데 13.4%가 국제결혼이다. 충남 보령의 경우는 국제결혼 비율이 30%가 넘는다. 국제커플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문화 가정도 늘고 있다.

특히 올해 4월 현재 제주도 내 초·중·고교 등에 재학 중인 다문화 가정 학생은 207명으로 지난해의 145명에 비해 42% 증가했다.

 最近、結婚する夫婦の中の13.4%が国際結婚である。忠清南道のポリョン市では国際結婚比率が30%を超える。国際カップルの増加に伴い

自然に多文化家庭が増えている。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은 결혼을 못한 농촌 총각이 동남아지역에서 온 신부 등과 이룬 가정이며, 살림살이 또한 넉넉지 못하다는 것이다. 혹은 이주노동자들이 이룬 가정, 미등록 체류자 가정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국제결혼을 한 세 부부가 모여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김형식·이시다 시게꼬 씨 부부, 이병렬·나카무라 에미꼬 씨 부부, 황보균·마르지 씨 부부.

 

 


 

최근 들어 다문화 가정이 변하고 있다. 이병렬(39)·나카무라 에미꼬(39) 씨 부부, 황보군(43)·마르지(34) 씨 부부, 김형식(47)·이시다 시게꼬(45) 씨 부부, 진광옥(39)·한주리(24) 씨 부부, 모하마드 또이들 로만(40)·김혜영(36) 씨 부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정이다. 이들 다섯 부부로부터 늦잠 자는 아이 깨워 학교 보내고, 반찬 투정하는 남편 때문에 툭탁거리는 우리네 평범한 일상을 들어보았다.


결혼하기까지 우여곡절 사연들

김형식·이시다 시게꼬 씨 부부는 결혼 20년차 부부다. 당시 고려대 랭귀지 스쿨을 다니던 이시다 시게꼬 씨와 군대 제대 40일 전 휴가를 나왔던 김형식 씨는 대학교 연합 동아리 모임에서 만났다. 그리고 1년 후 김씨의 고향 전라북도 익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결혼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당시 김씨 어머니가 봐둔 며느릿감이 있었던 것. 또 시게꼬 씨 부모 역시 일본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친 딸이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에서 산다는 것이 영 탐탁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은 6개월간의 설득과정을 거친 후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


이병렬·나카무라 에미꼬씨 부부의 경우 이씨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결혼 전에 본 사주에서 두 사람이 결혼하면 3년 안에 둘 중 하나가 죽는다는 점괘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 에미꼬 씨의 진심 어린 편지 덕분에 두 사람은 결혼 승낙을 받았고, 지금은 며느리 잘 들어왔단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씨는 “점쟁이를 찾아가 우리 안 죽고 잘 살고 있다고 보여줬다”며 뿌듯해했다.


정말 반대가 심했던 커플은 황보군·마르지 씨 부부다. 전통적인 유가 집안의 황보군 씨는 “필리핀에서 온 마르지와 결혼한 건 인생 혁명이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 가요 세 곡을 외워와 상견례 자리에서 부르는 마르지 씨를 보고 닫혀 있던 가족들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고. 그렇게 결혼한 지 8년째. 이제 마르지 씨는 “형님이 ‘제사 음식은 동서가 알아서 해’라며 다 맡기세요”라고 은근히 자랑한다.


결혼 생활 20년 동안 부부싸움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김형식·이시다 시게꼬 씨 부부를 제외하곤 네 커플 모두 결혼 초기 부부싸움이 잦았다. 특히 이병렬·나카무라 에미꼬 씨 부부, 진광옥·한주리 씨 부부는 ‘열심히’ 싸웠단다. 나카무라 에미꼬 씨는 “처음에는 와이셔츠 손빨래, 아침상 차리기 등 사소한 걸로도 엄청 싸웠다”며 “비행기 타고 일본에 돌아가려고까지 했다가 이래저래 며칠 보내다 보면 금방 잊어버린다”고 웃었다. 이에 남편 이씨는 “결혼 초기에는 자주 싸우는 게 문화적 차이 때문인 줄 알았다”며 “그런데 살아보니 개인적 차이 때문일 뿐, 문화와는 상관없다”고 화답했다.


전광옥·한주리 씨 부부(위). 모하마드 또이들 로만·김혜영 씨 부부. 

반면 베트남에서 온 스물 넷 어린 신부 한주리 씨는 “소방관인 남편이 전화를 안 받거나 연락 없이 늦게 들어오면 걱정이 돼서 자주 싸웠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진광옥 씨가 일찍 퇴근해 아이들과 놀아줘 싸울 일이 없다. 진씨는 “두 아이 재롱 보는 재미에 행복을 느낀다”며 “행복은 사소한 데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요즘 다섯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 교육 문제다. 다섯 부부 모두 아이가 학교나 유치원에서 놀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단다. 오히려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인재라고 자부심을 갖도록 교육시키고 있다. 부모가 어떤 국적을 갖고 있든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2개 국어를 하고 있었다. 부모를 부끄러워한다거나 내성적인 아이는 없었다. 다섯 부부는 앞으로도 다문화 가정이어서 생기는 문제라면 가족 간 대화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한국어가 서툰 한주리 씨도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엄마로서 책도 못 읽어주고 걱정이 되지만 잘 키울 자신이 있다”며 “이젠 베트남보다 한국 생활이 더 익숙하다”고 말했다. 특히 황보군 씨의 경우 다문화 가정에서 아예 이런 걱정을 하지 않도록 정치에 입문해 관련법을 고칠 계획을 세워두었다. 실제로 지난 18대 총선에 홍천·횡성 후보로 나가 지역 주민들에게 필리핀 출신 아내를 자랑스럽게 노출하기도 했다.


2개 국어 기본인 아이들 “글로벌 인재죠”

부부는 서로 닮는다는 말이 있다. 피부색이, 쓰는 언어가 달라도 다섯 부부는 참 많이 닮았다. 누가 한국인인지 국적을 따지는 일이 의미 없을 정도다. 문득 방글라데시에서 온 모하마드 또이들 로만 씨가 헤어지면서 한 말이 귓가에 남는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한국 국적을 갖게 되는 그는 모국의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방글라데시에 감자 종자 250톤을 사두었다. 그러나 그가 이 사실을 입 밖에 꺼내지 않는 한 사람들의 눈에는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온 검은 피부 이방인일 뿐이다.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서 삽니다. 제가 한국에 바라는 건 다른 게 아니에요.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만 바라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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