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이야기 (我が家の話)

"믿음의 가정 이뤄 참 행복합니다"

백강 문정사랑 2009. 5. 7. 14:55


 

 

[가족이 희망이다] 

 2009-05-06 임용묵(desk@jjan.kr)  다문화 가정-고창 이병렬·에미꼬씨네   

 

"믿음의 가정 이뤄 참 행복합니다"

 

고창군 흥덕면에 사는 이병렬·나까무라 에미꼬 부부가 자녀들의 한자교육을 돕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 3일 아침, 한적한 시골집에서 일본 노랫말이 들린다. 한명이 아닌 온가족이 모여 앉아 부르는 듯 엄마가 선창하면 아이들과 아빠가 함께 따라한다. 고창군 흥덕면 이병렬(40)·나까무라 에미꼬(40)씨 가족. 문정(11·흥덕초 4년)양과 한기(8·흥덕초 2년)·승기(4)군 등 세 자녀와 함께 일본어 단어를 공부중이다.


"다문화가정의 장점이 바로 외국어 학습이죠.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의 모국어 두가지 모두 배울 수 있잖아요. 아이 셋 모두 일본어와 한자를 일찍 배워서 그런지 영어 등 외국어 공부에도 쉽게 다가설 수 있어서 좋아요."


이들 가족의 평상시 모습은 언어의 차이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여느 다문화가정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국어와 일본어의 공존. 그 속에서 가족의 화목이 꽃 피우고 있는 셈이다.


이씨와 에미꼬씨는 1995년 8월 종교적 관계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같은 나라 사람끼리 결혼해도 하나 되기란 쉽지 않은 법. 이 부부에겐 한국과 일본이라는 문화와 관습, 그리고 두 사람의 개인적 성향 등 넘고 건너야할 산과 바다가 까마득했단다.

"남편 셔츠를 손빨래하는 것부터 한 이불 덮고 자는 문제까지 갈등이 많았죠. 남편은 화성에서 온 남자, 저는 금성에서 온 여자였을 정도로 맞는 것이 거의 없었죠."


에미꼬씨는 '결혼이란 배우자와 무엇이든 함께 해야 하는 것'이란 명제를 부부가 받아들이고 생활해온 것이 오늘에 이른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2월 십수년간의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이씨의 고향으로 내려와 정착한 것도 그 명제를 실천한 것이라는게 이들 부부의 설명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기관이라는 안정된 직장과 서울에서의 보금자리를 버리고 귀농한 가족치고는 얼굴이 해맑고 근심걱정이 없어 보인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시골에서의 생활을 이룬 덕분이다. 아이들 역시 시골 생활이 만족스럽다.


"아이들은 땅을 밟고 자라야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저도 녹색 농촌을 위해 하고픈 일도 있었구요. 아이들 교육 때문에 내려가지 말라는 주위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우리 부부가 조금더 움직이고 노력하면 모든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되리라 생각하고 귀농을 결심해준 아내가 고마울 따름이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그들을 닮은 아이들을 낳고 사는 이들 부부가 말하는 행복은 무얼까.

"행복한 가족의 시작은 부부가 서로를 하느님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자녀들이 부모를 보고 배우니까요."

부부가 먼저 행복해야 하고,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가 행복해야 미래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 다문화가정의 모습에서 참된 가족의 행복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