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읍성의 축성에 얽힌 전설
일명 모양성이라고도 하는 고창읍성은 고로들의 전언을 통해보면 축성기간이 무려 8년간에 걸쳐 조선 단종 1년(1453) 윤 3월에 준공을 마친 것으로 되어 있어, 그 시축연대는 세종 27년(1445)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왜구들의 침입과 노략질을 방어하기 위해 전라 좌․우도민들이 총화의 예지에서 유비무환의 대책으로 축성한 이 성곽은 호남내륙으로 통하는 루트를 차단시키는 전략적인 요새 성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고창읍성을 축성하기 위해 전라도 각 고을에서 동원된 인원은 도합 수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축성감독관의 지휘나 감독도 없었는데 축성에 참여한 남자 측과 여자측은 양단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남자팀과 여자팀으로 나뉘어져 성 쌓기 시합을 하게 된 것이다. 남자들은 고창읍성에서 서쪽으로 십리쯤 떨어진 서산고성(西山古城)을 축성키로 하고 부녀자들은 고창읍성을 쌓기로 내기를 정하여 지는 편이 이기는 편에게 잔치를 베풀어 주고 실컷 먹이기로 하였다.
고창읍성 터는 번번한 들녘에 남산(南山)이라는 105고지를 기점으로 하여 북쪽 기슭을 망라한 좌청룡 우백호가 분명한 구릉지대여서 성을 쌓기가 용이한지라 연약한 부녀자들에게 이곳을 남정네들이 양보해주고 그 대신 남정네들은 산줄기가 뚜렷하고 급경사를 올라서야 비로소 산정상의 두 봉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테뫼형의 성을 쌓을 수 있는 표고 200고지 내외의 성터자리이기에 여자 측에 비하면 상당히 험난한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남정네들은 우월감과 또한 연약한 여인네들에게 질 수 없다는 강한 힘이 넘쳐있어 마치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비길만한 상대로 알고 자만심에 도취해 있었다. 그래서 시작 신호가 떨어졌어도 설마 여자들에게 질까보냐는 듯이 성 쌓는 비용을 매일 장취로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에 비해 여인네들은 힘으로는 도저히 막강한 남정네들을 이길 수가 없으니 꾀로 해보자고 합의가 되어 서산고성 터에서 보이는 앞쪽에선 남정네들의 흉내를 내어 매일 술판을 차려 놓고 니나노 판으로 곤드레 만드래가 된 흥을 돋보이게 쇼를 하면서 남정네들이 와서 보드래도 안심하도록 유도하고 뒤편에서부터는 행주치마로 바윗돌을 협동심을 발휘 열성껏 운반하여 성 쌓기를 독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달이 휘영청 밝은 매삭 보름날을 정해 놓고 화순에서 온 남녀 두 정인이 몰래 만나 정분을 나누곤 하였는데 이날도 정인을 만나려고 와서 고창읍성의 성 쌓는 모습을 둘러보던 중 소스라치게 놀라 자빠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여인네들이 서산고성 쪽은 성을 쌓지 않고 니나노 판으로 위장을 해놓고 안 보이는 뒤쪽에는 이미 획 둘러서 축성을 다 마친 상태였으니까 그럴 만도 할 수밖에 정인도 만나보지 않고 허둥지둥 돌아와서 남정네들의 꼬락서니를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술들을 얼마나 퍼마셨는지 인사불성은 고하간에 앞 뒤 분간도 가눔 하지 못한 채 질펀하게 퍼져버린 상태였으니까 이루 말로 표현해 무엇하겠는가 허둥지둥 동료들을 깨우다보니 이미 날이 밝아 오지 않은가. 작취가 미성인 남정네들을 두들겨 패다시피 해서 일깨워 놓고 보니 그런 가관은 없었다. 동이 트고 난 뒤 정신들을 가다듬고 규율을 세워 바윗돌을 주어모아 산기슭의 이곳저곳에 운반해 놓고 있는데 상대방 부녀자들은 합심일력으로 앞쪽에 위장해 벌려 놓은 니나노 판을 깨끗이 갈아 치우고 성 쌓기를 완성해 놓은 것이다.
지금 서산산성의 남쪽 기슭에 질서 없이 제멋대로 늘어서 있는 수백기의 남방식 고인돌의 잔해는 축성 당시 허둥지둥 아무렇게나 남정네들이 던져 놓은 성돌들이 그대로 제 모습을 들어 낸 것이라고 일설 되어 있다.
거북이에 비유되는 여인네들은 토끼에 비유될 수 있는 남정네들을 따돌리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의 치밀한 작전술을 써서 자만과 오만 끼에 넘쳐있는 힘센 남정네들을 이겨 낸 것이다.
이후 고창읍성의 답성민속은 전국의 어느 성곽에도 유래가 없는 여성들만이 성 밝기 행사에 가담하게 되었으며 지금도 전국 유일의 여성들만의 성곽 순례지가 되어 고창 모양성제(牟陽城祭)의 성곽문화제 행사는 머지않아 세계여성들의 성곽순례지가 될 소지가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
2010년 10월 고창지역학연구소장 이기화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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